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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도시(통권 86호)- 상락제
  한옥지킴이
상락제

상락제

박윤희


 국화 문양의 방문 고리가 따뜻하다. 지친 햇살과 낮달이 막 쉬어 갔나 보다.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도 오가는 이를 맞이하느라 지칠 법도한데, 먼 길에서 오실 임을 맞이하기 위해 봉긋한 배를 흔들며 잠시도 쉴 줄 모른다.

  띠살문에 걸터 앉은 아침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간 후, 감감무소식이다. 밤새도록 어둠을 따라 다니던 그림자도 지친 듯 문살에 기댄 채 잠을 자고 있다. 온갖 세상의 이야기들이 창호지를 통해 안팎으로 들어난다. 바닥에 깔아 놓은 이불 밑으로 차가운 손을 넣어보고는 밖으로 나갈 생각마저 잊어버렸나. 안온한 방안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느라 살포시 잠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나 보다.

  붉은 황토벽, 그 편안함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이음새다. 여기에는 대립과 경쟁, 화냄과 급함도 있을 수 없다. 아침이면 햇살 고운 눈부심이 있고, 낮이면 한가로운 그늘이 쉬었다 가고, 밤이면 까만 밤하늘에서 영롱한 별들이 오롯이 내려앉을 것이다.

  서서히 어둠이 등에 업히면, 주섬주섬 주워온 장작개비를 아궁이 속에 차곡차곡 포갠다. 그 아래에 솔가리를 넣어 성냥불로 지핀다. 불쏘시게 감으로는 솔잎 마른 것이 최고였던 시절이 따습게 다가온다. 지금은 지천으로 쌓인 솔잎 때문에 소나무 씨가 착상을 못한다 하니, 너무 긁어가도 탈이고 남아도 탈이다.

  잘 마른 장작은 내기라도 하듯 거센 불길이 되어 구들로 치닫는다. 따뜻하게 등을 눕힐 이들을 생각하면서 활~활, 신나게 제 몸 태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궁이를 뛰쳐나가는 불티와 그을음도 신명에 이겨 어쩔 줄 몰라 하니 시뻘건 숯덩이들도 제자리서 안달이다.

  구들로 빨려 들어가는 왕성한 기운을 보고 있으니 엉겨 붙었던 삶의 크고 작은 시름도 함께 타들어간다. 아마도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서운함이 알게 모르게 모래톱을 이루고 있었나보다.

  장작이 타오르니 손이 시린 까만 밤이 아궁이로 바짝 다가와 앉는다. 군불 앞에는 덩치 큰 어둠, 나무에 안긴 바람, 새들의 잠꼬대, 눈에 불을 켠 고양이, 다함께 몽당 빗자루를 깔고 앉아 불이 사그라질 때까지 아무런 이야기라도 도란거리고 싶은 시간이다.

  방바닥은 엄마의 속정 같다. 너와지붕 아래로 싸한 어둠이 몰려든다. 청량한 밤바람도 견디다 못해 고요에게 안긴다. 가지런히 벗어 놓은 하얀 고무신도 견디다 못해 사박사박 군불 앞으로 앉는다.

  하늘을 닮고자 둥글게 지었을까. 모나지 않게 살고 싶어서 동그랗게 꾸몄을까. 죽고 사는 것이 하나라고 기둥 같은 매듭을 없앤 것일까. 흙벽마다 묻어나는 주인의 저 손길이 예스럽지 않다.

  어둠은 어둠 속에서 밝음을 품어낸다. 숲 속에서 웅크린 채 밤을 지새운 바람이 동녘의 붉은 기운과 봉창을 왈칵 밀고 들어온다. 참으로 오랜만에 코끝을 찡하게 하는 아침이다. 돌멩이 하나, 들꽃 하나, 바람 한줌에게도 입맞춤을 하고 싶은 그런 아침이다.


*상락제常樂齊 : 청도 한옥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은 황토방 이름


[박윤희] 1991[시와 의식] 수필부문 신인상. 부산문협, 부산수필문협, 부산여성수필문협 이사, 금정문인협회부회장. 필맥, 금정문학, 모시올 동인. 수필집-“묵향에 젖는 세월”, “빈 넋에 띄운 꽃잎”, “어! 세상 참 괜찮네”


-출처 : 문학도시 (통권86호), 박윤희님의 글, 87페이지~8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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