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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일보 "목수가되고싶다" <2007.0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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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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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로 북적이는 청도한옥학교
절반은 목수가 되고자 절반은 내집 지으려고
하루 8시간 주 5일 나무 자르고 깎고 대패질
한옥의 재발견 …졸업 후 '한옥전도사'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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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한교 校舍에서 바라본 학교 전경. 청도군청에서 낙대폭포로
올라가는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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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한옥학교(www.hanokschool.net).
청도군청에서 낙대폭포로 올라가는 야산에 한옥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2003년 10월 변숙현 교장이 자신의 선산에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보급하고자 설립한 학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이곳에서 먹고자면서 한옥을 배우는 사람들로 가득차고, 봄·가을에는 1박2일
과정으로 한옥을 배우는 학생들로 가득찬다.
이곳에서 배우는 사람들은 '한옥'의 매력에 빠져 남들이 가지않는 길을 가는 구도자 같은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 참선과 요가로 마음을 다스린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야 한옥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일념에서다. 학생들은 20대 초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대학생부터 공무원, 중소기업 사장, 교사, 교수, 금융인, 한의사, 현직 목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
나이와 직업에 구별없이 학생들은 참선과 요가를 마친 후에는 나무를 자르고 깎고, 대패질을
해가며 하루를 보낸다.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을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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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학교 校舍. 변숙현 교장이 직접 지었다. 나무로 기둥과
보를 새우고 벽면은 흙벽돌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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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정은
8주, 양성과정은 16주로 온종일 땀을 흘리며 보낸다. 지금까지 배출된 졸업생은 500명이 넘는다.
학생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교육생들의 절반은 목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나머지 절반은 한옥을 제대로 배워 자기 살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연령대는
전업으로 목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기 집을 한옥으로 짓고자 하는 학생들이다.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한옥을
공부하지만 실제 더 고민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는, 지금 사람들에게 편리한 한옥구조를 개발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끝나면 교육생들이 모여 한옥
한 채를 짓는데 한옥학교에는 다양한 형식의 한옥건물들이 많다. 최근에는 이상적인 한옥 스타일의 찜질방을 만들기도 했다. 무형문화재처럼 과거의
것만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한옥의 가치를 재발견해 서구식 건물일변도인 우리나라 가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깊은 철학을
가르친다. 때문에 한옥학교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한옥 전도사가 될 정도로 한옥 마니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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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넘어 사색과 여유의 공간
건축 비용은 양옥 2배 이상 들어
―언제부터 한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셨습니까.
"대학시절 건축학도였습니다. 어느날 공부를 하다가 집마당에 나왔는데 그 정취를 보고는 너무 놀랐습니다. 감나무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고, 그 달빛에 비치는 담장과 기와의 곡선을 보면서 진정 제가 공부해야 할 것은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 바로 한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기쁨, 환희, 깨우침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행운이지요. 그날 이후 대학졸업과 대학원 공부까지 한옥의 매력에 빠져 살아왔습니다. 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았다고 할까요."
―한옥학교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쉽지 않은 결심 같은데요.
"한옥의
가치가 너무 홀대받고 있다. 우리 민족과 수천년을 함께 해온 한옥이 한순간에 서구 건축물에 무너지면서 홀대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인해 한옥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우리 삶 자체가 황폐해진다는 생각. 그리고 내 자신이 느끼고 있는 한옥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한옥을 몰라서, 모르기 때문에 서구 건축물의 매력이 건축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건축학도들에게 비어있는 한옥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제 자신을 한옥학교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
―한옥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민족의 역사가 증명해 주죠. 수천년 동안 한옥에서 생활한 우리 민족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주변에 널려있는 소나무와
황토를 이용해 집을 짓고 살아온 민족 아닙니까. 자연적인 자재를 사용해 살집을 마련한 우리 민족의 지혜가 바로 한옥에 녹아 있습니다. 최근들어서
서구 건축물이 가지는 갖가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한옥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지만, 원래 우리 민족이 살아온 방식이 환경친화적이고 생태적인 것은
누구도부정못할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건축양식이 한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함이
있습니까.
"가치관이 다릅니다. 냉정히 보면 지금 대도시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사람이 살 공간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단순히
잠자고, 밥먹고 하는 공간은 되지만 삶의 공간은 아니죠. 삶이라는 것이 먹고 자는 문제를 넘어 사색하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건축물은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한옥을 지으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우선은 공부를 해야합니다. 책을
통해서든, 한옥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든, 이미 지어진 옛 한옥이나 지금 지어진 한옥을 직접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해야합니다. 한옥은 한 번
지으면 자신은 물론 자손대대로 물려줄 집이기 때문에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외형만 보고 한옥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느낄까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이 녹아 있는 한옥을 지어야 진정한 한옥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옥은 건축비가 비싼
것이 문제 같은데요.
"단순히 계산해도 한옥 건축비는 서구 건축물에 비해 2배 정도 됩니다. 현실적으로 서구 건축물에 대한 자재는
공급도 원활하고 싸지만, 한옥은 자재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입니다. 과거 한옥은 야산에서 나무를 구하고, 앞마당에서 흙을 가져와 동네
사람들끼리 보름 정도 힘을 모으면 집짓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한옥 보급을 위해서는 개선돼야 할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옥이 보편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한옥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가치를 생각하면 단순히 서구 건축물과 가격 비교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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