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운선생님의 이중성(?) |
|
| 황상진 |
|
언젠가 끌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버히고 저녁에 붕대감고 숙사에서 쉬며
도면을 그리고 있을때 선생님께서 슬며시 방문을 여시며 들어오신다.
"손가락이 어찌된기고?"
" 끌에 좀 베었습니다."
"그래? 에이"하시며
호~하고 붕대감은 손을 불어주시는 선생님.
자상하시고 참 천진하신 성품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녕히 주무셨능교"하고 인사드리면 공손히 합장하며 천진스럽게 화답하시는
그 미소는 조금은 수줍어 하시는 듯하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고 작업장에 들어오시면
노안에서 안광이 일정도로 호통치시는 모습에
우리들은 예~예~하며 어쩔줄 몰라한다.
젊은 제자들은 그 날샌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안달하다 많은 틈새를 만드는데,
일흔을 훨 넘기신 노구의 움직임을 가지신 선생님은
반푼두께의 오차조차 용납치 않을 만큼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엄하시다.
점심식사후에 학생들은 두런두런 둘러않아 커피마시며 담소를 나눌때도
선생님께서는 바로 작업하던 살림집에 조심조심 올라가
탕개를 매만지시며 처마곡을 조정하신다.
눈맛에 안맞는 모습을 참지 못하시는 것이다.
우리들에겐 삶은 삶이요 일은 삶을 위한 필요일 뿐인데,
선생님에겐 삶과 일이 분별되지 않는다.
한옥집짓기를 통해 자신을 형성해 오셨고
또 한채의 한옥같은 미감으로 사시는 모습인 듯 싶다.
한옥을 보는 눈맛과 자신의 인생을 관조하는 눈맛이 다를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셨으면서도
대가연하는 근엄한 냄새를 가지지 않고 평상의 모습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에서
젊은 목수지망생은 어느 기슭의 뽐냄없는 노송을 보는 듯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