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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깃든 집 / 목눌(木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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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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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달 한 칸 나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청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산수의 아름다움에 몰입되어 읊은 송순의 아름다운 노래를 나는 시공을 넘나들며 즐겨 부른다. '집이 뭣고'에 대한 화두는 건축 공부를 시작하면서 쉬 놓지 못했던 목마름이었다. 한옥과의 긴 여정이 있게 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밀려 든다.
대청마루가 돋보였던 내 시골집은 등 굽은 보의 속살이 너무나 고왔던 늘씬한 팔등신의 기와집이었다. 청량한 기운이 여백의 마당에 자욱하던 어느 달 밝은 가을이었나 보다. 밤이 이슥하도록 일거리에 빠져 있다 넉살문을 벌컥 열고 몸뚱이 내려 하늘 이고 마당을 거닐었다. 고요하여 더욱 넉넉했던 가을밤의 정취가 한 폭의 수묵화로 다가왔다.
감나무 가지에는살찐 달이 탐스럽게 걸리었고 숨은 듯 바라보는 지붕 선은 흑백이 완연하다. 낙엽 바서지는 은은함이 붓끝을 휘갈겨 점점이 감동으로 묻어 나고 절정은 수줍은 듯 새어 나오는 불빛의 향연이었다. 고졸한 창호의 묵빛 자태는 바로 예의 송순의 가락과 너무나 흡사했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운명적인 한옥과의 만남을 통하여 �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온 생명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생명력 있는 아름다운 집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한옥에 내재되어 있는 조형 원리와 질서, 그리고 빛깔 고운 건축 언어들을 통하여 한국인의 주거관과 심미안을 들춰 보는 즐거움으로 21세기 한옥의 정형을 꿈꾸어 본다.
한옥이란 반만년 동안 이 땅에 지어져 왔던 모든 집을 의미하며 오늘 우리가 사는 집은 물론 미래에 후손들이 조영하는 집도 한옥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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