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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터 잡기 / 목눌(木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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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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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의 일이다.
모 교수 내외가 친지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부산을 가던 중이었다.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차창을 내다보는 무료한 순간에 너무나 정겹고 행복이 가득한 시골풍경을 보고 목적지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나 간이역에 무작정 내리고 말았다.
이 두 부부의 마음은 이미 감꽃 어우러진 마을의 아름다운 정취에 흠뻑 젖어 한마음으로 교감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길로 집지을 땅을 구했다고 했다. 한옥 강좌를 함께한 인연으로 집을 짓겠노라고 찾아온 두 부부의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즉흥적인 선택에 어이없었지만 내심으론 '아하! 땅이 심성 넉넉한 주인을 기어이 불러들였구먼'하고 두 분의 땅복을 축하해 주고 싶었다.
참으로 좋았다. 겨우내 양명한 기운을 받고 사는 즐거움에다 배산임수의 골격이 푸근하고 또한 안정되었다. 더구나 계약 당시는 맹지(도로를 끼고 있지 않은 땅)였는데금상첨화로 마을에서 농로공사를 하여 전용도로(?)까지 배려해 주었다. 아마 인연지였던가 보다. 집 설계 당시 시골의 기운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요량으로 집의 외관에 수수한 마음을 써온 주인의 근기는 오랜만에 느끼는 삶의 미학이었다.
주인의 격과 삶을 온전히 받아들인 그 집은 내가 자랑하는 집이다. 건축가가 살기 위해 지은 집이 아니라 건축주가 삶을 누릴 수 있는 생각이 깃든 집이요, 사는 사람의 땀이 배어있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집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인해 두 분과는 각별한 정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 차담을 나누노라면 조선의 실학자들이 향유해온 집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비단 두 분의 마음 씀씀이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땅을 어머니로 생각한 우리 민족의 지모사상은 좋은 땅이란 훌륭한 생산력과 보육력을 가진 어머니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집터 잡기는 땅에 대한 외경심이 아닐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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