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素亭 상량문>
太初에는
하늘과 땅이 하나였다.
밝음과 어둠도 존재하지 않았다.
억겁의 時間은 하늘을 밀어 올리고,
텅 빈 그 자리에 땅을 세웠다.
나무와 풀이 그렇게 꽃을 피우고, 호랑이와 산토끼가 술래를 잡을 때 산새들은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다.
해 떠오르는 동녘 땅!
天符印(천부인) 세 개를 손에 든 환웅이,
태백산 神檀樹(신단수) 아래서 굽어보던 半島의 그 땅.
대륙과 연결된 정점에 우뚝 솟은 우리 할아버지의 산 白頭山!
活火山으로 타올라 이제는 天池淵으로 땅을 식혀 檀君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터다.
마그마처럼 끓어 넘치던 白頭山의 지기는 삼천리를 금수강산으로 승화시켰도다.
韓半島는 山이다.
이 땅의 山은 물을 만드는 요람이다.
우리는 이 땅, 이 山에서, 白頭라는 이름으로 올곧게 뻗어 내린 큰 기둥 하나를 白頭大幹이라 불렀다. 大幹은 이 땅에 열개 강을 발원하고 열두 줄기 正脈과, 두 줄기 正幹으로 영토를 구획했다.
따뜻하고 아늑한 동방의 땅.
韓半島의 속 깊은 내륙의 땅 慶尙北道 淸道.
강원도 태백 땅에서 두 손 다소고시, 白頭山에서 智異山으로 달려가는 大幹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동해와 내륙을 경계하며 沒雲臺(몰운대)로 흐르는 正脈의 작은 줄기가 내륙으로 휘감아 淸道 땅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둥지를 튼다.
지조와 절개의 선비정신으로 반만년의 터를 지킨다.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범곡리 산112-4번지
한옥학교 제31기 동기생들의 匠人精神이 승화시킨
소담한 亭閣 하나.
협동과 사랑의 땀을 섞어 만들어 이룩한 보금자리.
석축을 쌓아 터를 돋우고, 초석을 깔아 먹줄을 튕겼다.
땀과 정성이 신명으로 승화되어,
구조물은 살포시 그 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여러 친구들의 사랑이 넘친다.
기둥이 서고 중방에 들보가 얹혔다.
이제 땅과 하늘을 경계하는 들보중의 들보 대들보가 오른다.
上樑이 오른다.
北쪽에는 靑龍 南쪽에는 거북이.
친구야 도반아 上樑을 들어라.
당겨라 天神아 밀어라 地神아.
어기영차 上樑아 하늘을 받혀라.
어기영차 上樑아 웃으면서 올라라.
하늘과 땅 사이 上樑이 올랐다.
사람과 神 사이 대들보가 놓였다.
살며시 눈감고 瞑想에 들거든,
無我의 경지에서 神仙이 되어라.
上樑이 오르니 하늘이 활짝 열렸도다.
땅은 꽃으로 향기를 피워내고,
산새들이 노래로 미친 흥을 돋우나니,
사람들은 더덩실 춤추며 뛰어논다.
흙 한 줌 한 개의 서까래가 어우러 아늑한 둥지로 태어났다.
미움의 상처는 보듬어 화해하고, 증오의 슬픔은 사랑으로 승화하자.
화가는 비단천이 있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대목은 연목이 준비 되어야 집을 지을 수 있듯, 매사는 근본이 우선해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가 스며 있는 堂號.
우리는 이 집을 後素亭(후소정)이라 부르자.
우리들 마음 속 깊이 새겨 행동하는 匠人으로 우뚝 서자.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모든 生命을 사랑하며, 세상의 平和를 위해 내가 먼저 平和가 되는 터라고 마음을 모으자.
생활에 지친사람이 쉬어가는 공간.
마음이 약해질 때 위로 받는 공간.
좌절과 슬픔으로 몸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용기를 충전 받는 공간이 되자.
영혼이 맑아지는 터라 말하자.
가난한 사람도 욕심쟁이 부자도, 여기를 거쳐 나서는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충만해 진다고 믿자.
신과 사람이 만나고,
형과 아우가 만나고,
스승과 제자가 만나고,
성직자와 신도가 만나고,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대화하고 껄껄거리며 웃고 춤추는 공간을 만들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만나고,
고관과 민초가 만나고,
원수와 적이 만나 손에 손을 잡고,
등을 두드려주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자.
天地神明이시여!
부디 이 터를 지키는 이들을 보살펴 주시고,
들고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平和의 길로 인도해 주시옵소서.
檀紀 4342年 己丑 冬至月 初八日
龍城人 송 나 루 撰誌
後素亭상량식 - 목수양성31기 실습(2009.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