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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목수일기 두울, ‘다시, 집이 뭣 고!’

신재두

보름이 지나는 동안 저는 좀 주춤거리고 있었습니다. 변한 환경과 낯을 익히는 일로도 그랬지만, 대개는 머릿속이 몸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종종 더 극적인 생각으로 몰아갑니다. 뭐 큰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닙니다. ‘이제 어떻게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까!’ 첫 걸음에 갑자기 막막해지는 그런 겁니다.
목수로 현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 모두에게 ‘학교’는 ‘동질성’이었습니다. 졸업을 하면서 ‘학교’는 ‘동문들’에게 ‘동질의 기억’으로 변이합니다. 만약, 학교에 대한 애정이나 어떤 목표가 강한 분들이 학교를 매개로 일정을 계속 만들어 나간다면 그 분들에게 학교는 여전히 ‘동질성’입니다.
저는 그런 쪽에 속합니다. 졸업할 때, 후배님 몇 분과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정하고 나왔습니다. 이 공부모임은 교장선생님께 ‘한옥목수아카데미’라는 과분한 명칭도 선사받았습니다. 어제 두 번째 준비모임이자 첫 답사모임을 청도한옥학교에서 가졌습니다. 이제 현실로 되었습니다. 이 모임을 지속하는 멤버에게 ‘학교’는 늘 ‘동질성’으로 유지될 겁니다.
한편, ‘학교’에 대한 ‘동질성’을 이어가고 싶은 바램이 이전부터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문회’가 그렇습니다. 만약 동문회가 있어서 잘 운영되면 거기 속하는 분들은 ‘학교’를 ‘동질의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현실에서 지속되는 ‘동질성’으로 이어가게 되겠지요.
그저께 저는 현장이 마무리되어 밤에 학교로 넘어갔습니다. 두 달 전 졸업한 34기수 회장님, 부회장님 두 분과 재학 중인 36기수, 37기수 후배님들을 함께 만났습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뜻을 가진 만남입니다. 공부모임과는 또 다른 색을 갖지만, 저도 노력할 작정입니다.
그러면, ‘동질성’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부분 일겁니다. 청도한옥학교의 동질성은 제 생각에 ‘집이 뭣 고!’라는 화두에서 시작합니다. 이 주제는 실은 한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집’이라는 보편성을 다루는 질문입니다. 만일 ‘한옥’이라는 특수성만 관심을 두고 ‘한옥이 뭣 고!’라는 화두를 던졌다면 저는 고민하기에 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집’은 보편성이기 때문에 여러 요소와 특수성에 대해 확장력을 가집니다. ‘사람’을 여기 포함하면 말이죠, 인간의 본질을 묻는 ‘인문학적 상상’으로 확장됩니다.
청도한옥학교에서 초장부터 맞닥뜨리는 주제, ‘집이 뭣 고!’는 제게 이런 의미로 다가왔고 깊은 고민을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하여 저는 청도한옥학교의 ‘동질성’이 여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데서 듣는 ‘집’과 아주 다른 느낌의 ‘집’.
졸업한 동문들의 다수는 ‘목수’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 특히 ‘한옥’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관계하며 살아갑니다. 청도학교를 졸업했다면 우린 늘 한 길에 서있다고 저는 분명히 생각합니다.
초보목수로서 잠시 주춤거린 이유는 이 때문이었습니다. 앞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학교에서 내가 세운 거치른 방향은 적합하기나 한 건지...
초보목수로서 앞으로 망치질이 숙련 될수록 이 고민, 잊는 건 아닐지...
청도한옥학교, 개인으로는 ‘초심’을 세우게 해준데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동문으로는 ‘집이 뭣 고!’라는 ‘동질적 고민’을 부여해준데 대한 깊은 소속감으로 졸업 후에도 무언가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달 지난 초보목수가 학교를 종종 오가며 모임을 주선하는 이유입니다. 제안에 응해준 분들께 따로 고마운 마음 그지없습니다. 저도 잘 압니다. 일 년 지난 목수가 그리한다면 진정성이 더 강해 보일 겁니다. 제게 숙제입니다!

*제가 있는 현장에서 며칠 망치질을 하다가 자신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해머를 힘껏 휘둘렀고 해머는 아홉 치 연정을 살짝 비껴나서 수장재의 각진 부분을 때렸습니다. 도편수님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생각하기도 무서워서 뒷일은 생략합니다.^^

손석룡	선배님 힘 내세요! 우리가 있어요ㅎㅎㅎ . 후배로서 이런말 하기는 그렇 습니다만, 모든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리라 봅니다 .경험이다 생각하시고, 아주 머-언 훗날 대 목장이 되어, 추억으로 간직될 날 기대 합니다. 약은 쓴 법이 아닐런지... 님의 경험 또 간직합니다.	2010/07/19

신재두	ㅜㅜ 감사합니다. 오래 목수로 일하신 선배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좀 웃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간이 흘러도 제가 초심 그대로 고민하고, 목수로 성장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래도 초보목수, 화이팅 하겠습니다.	201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