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 없이 녹슨 조선의 탕개톱을 바라보면서 가슴 언저리에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담아 봅니다. 세월의 변덕으로 집 짓는 연장이 바뀌고 집 짓는 풍속도 많이 달라졌다지만, 정작 변한 건 우리네 의식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살아온 경륜은 부족하지만 제 눈에는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틀이 있는 듯 합니다. 스스로 정한 잣대에 의해 옳고 그름이 분별되고, 자기 중심의 눈금에 의해 얻음과 잃음을 저울질하는 굴레같은 것 말입니다. 참으로 자유롭지 못한 삶일 것 같습니다.
집 짓기를 배워 익히는 현장에서도 조급한 생각으로 성과 위주의 결과만 쫓다 보니 더위가 더욱 성가시게 느껴집니다. 원리를 궁구하고 정신을 다듬으며 창의적인 사고를 일깨워 진정한 장인인 사람을 짓겠다는 교육 목표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세태의 욕구와 부딪히면서 늘어놓는 푸념 한 덩어리입니다.
반만년 동안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아온 한옥의 조형 원리는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주옥같은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간 속에 녹아 있는 한옥의 내면을 이해할 줄 모른다면 그저 평범한곳간에 불과합니다. 부산에 사는 어느 지인의 말씀이 귀에 와 닿습니다. 건축 설계 사무실을 운영하는 그 분은 나름대로의 집 짓기를 풀어 가는 해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밤을 도와 차를 달려 가는 곳! 바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입니다. 신통하게도 무량수전만 보면 밤새 끙끙대던 난제가 술술 풀린다고 하니 참으로 훌륭한 스승을 만난 셈이죠. 공간을 새롭게 읽어 내는 그 분의 탁월한 혜안이 부럽지만 그것이 각고의 노력의 소산임을 저는 잘 압니다. 무량수전을 찾은 게 어느덧 100여차례나 된다니 이미 자신의 뜰에 건축적인 부석사가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 집과 대화해 봤소?"
지금도 귓전에 쟁쟁한 은사님의 말씀입니다. 집의 뼈대가 결구된 속내를 알 길 없어 대청마루에 벌렁 누워 요모조모를 뜯어 보며 상념의 나래를 펴던 연구생 시절이 그립습니다.
한 호흡 갈무리하여 한 생각 쉬어 가노라면 작은 일상에도 감동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호흡 쉬어가는 생각 / 목눌(木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