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을 외길만 고집해 온 어느 목수의 억척스러운 삶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 옵니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당대 최고 목수의 반열에서 지금까지 펼쳐 온 그분의 행적은 참으로 놀랍고 기이합니다. 암울했던 전란의 소용돌이에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해인사에 잠시 머리 식히러 들렀다가 목수들이 집 짓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동해 곧장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동기와, 남이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그 이치를 훤히 꿰찼다는 천재성은 오히려 노목수의 진솔한 삶에 비해 큰 얘깃거리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굵은 주름살에 파묻힌 깊은 눈동자에서 샘물 같은 지혜를 엿봅니다.
굳은살 박힌 두툼한 손끝으로 묻어나는 정직한 손길은 선배 장인의 진전을 이은 바탕에 자신의 세계를 담은 남다른 경계를 보여 줍니다. 수많은 아름다운 한옥을 이 땅 곳곳에 조영하고도 이재를 따지지 못해 그리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뒷얘기는 이득되는 일로 내달리게 되면 마음이 흐트러진다는 고집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살다간 거장의 푸념이 귓전을 맴돕니다. "목수는 나무를 깎아 먹고 사는 겨, 시방 그래서 돈이 안붙는 겨." 체념의 또 다른 이유는 철저한 장인 정신임을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노대목장의 몸짓에서 목수는 고등 수리를 이해하고 나무를 살리는 지혜와 경험에서 비롯된 직관을 길러야 한다는 보석 같은 이치를 배웁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길러야 한다는 이 방면의 교육은 사실 교(敎)보다는 육(育)이 더욱 절실합니다. 목수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 내려 오는 기예를 손으로 기억하는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고 논리를 따져 획일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십중팔구 기계적인 기능만 다할 뿐 자신 내면의 세계를 가꾸고 펼칠 수 있는 싹을 틔우지는 못합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생활하며 매사를 통해 교감하는 직관의 공부가 자연스럽게 전수되어야 합니다.
대목장의 길 / 목눌(木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