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속을 뚫고 한달음에 달려 왔다고 한다.
은빛 봉고 트럭에 하나, 두울, 셋 꼬마친구가 종종 내리더니 젊은 내외가 손 인사를 건넨다. 한옥학교에 뜻밖의 손님을 맞이한 셈이다.
시익 웃으며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 무작정 출발했다는 말이 어눌하고 정겹게 들린다. 하루 종일 이론 강의를 한답시고 꽤 지쳐있던 몸을 추슬러 두 분의 말씀을 들어보았다.
그저 웃음이 나온다. 마음이 허허롭다.
아하! 이렇게도 집을 지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에서 샘물 같은 열정이 솟구친다.
재목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이채롭다. 산골에 우거진 잡목을 간벌하면서 고만 고만한 나무를 메어다 옮겨두고 껍질을 벗기는 손품도 그쳤다. 동네에 허름한 집이 태풍에 쓰러질 때면 이웃보기가 민망하지만 기둥과 보가 어떻게 짜여졌는지를 요모조모 휘저어가며 공부했단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 되었나 보다. 하필이면 표본으로 삼은 집의 짜임이 그리 신통치 못했던 것이다. 목재의 결구가 튼실해서 서로를 버텨주는 구조가 아니라 벽의 힘으로 견디는 원초적인 간단한 집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트럭에 싣고 온 기둥의 장부촉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몇 날을 고생했을 땀과 고민을 잡아먹고 이건 시행착오여! 하고 조소어린 시위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들.... 제멋대로 굽은 나무를 중심잡고 먹금 그어 치목하는 게 하루 이틀에 터득하여 행할 수 있는 이치가 아닌데도 한사코 가르쳐달랜다. 불쑥 내밀은 손때 묻은 먹통을 보는 순간 나의 가벼운 마음을 다그치고 만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진지한 마음가짐과 몸에 배인 성실함에 연장을 아끼고 돌보는 너그러움까지 보탠다면 집짓는 일이 무어 그리 대수이겠는가?
마음 담고 정붙여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듯이 살 테면 그게 바로 최선의 집이리라.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 따라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실습 모형을 들춰가며 보여 준 교과서 같은 집의 뼈대가 혹 혼란스러움을 주지나 않았는지 걱정되지만 이내 떨쳐버린다.
신나게 마당을 뛰놀던 아이 셋이 천연덕스럽게 단꿈을 꾸고 엄마 아빠의 풀빛 같은 사랑이 넘치는 손수지은 소박한 집이 상상된다.
손수 짓는 집 / 목눌(木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