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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마음 / 목눌(木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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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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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나무를 죽이는 겨?"
한옥학교가 있는 청도 남산 자락에 한 그루 미루나무가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제법 연륜을 느끼게 하는 몸집이지만 언덕에 얕은 뿌리를 내리고 있어 여름이면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고약하게도 바로 옆에 잘 생긴 소나무가 이웃해 있어 쓸모를 두고 생각하면 홀대를 받아 마땅합니다만 하늘 이고 선 모습이 너무 당당하여 마음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태풍 소식에 더 이상 가슴 졸일 수 없는 처지가 오히려 중대한 결심을 재촉하였습니다.
제가 직접 나무에 올라가 제 힘으로 바람을 버틸 수 있는 적당한 체구로 손질해 줄 작정입니다. 화급히 노목수가 달려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 잠깐 기다리소."
노장인의 손에는 어느 결에 먹통이 들려져 있습니다. 손등의 굵은 마디가 오늘 따라 거목의 나이테처럼 보이는 게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순간 나무와 함께 한 70평생의세월이 거인처럼 버티어 섰습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거리듯 산신령에게 고하고 미루나무의 숨결을 느낄 듯이 다가가 속삭입니다. "새 생명을 줌세. 부디 용심을 잘 쓰게. 다른 생명들은 얼른 나오시게, 먹줄이오!" 힘차게 먹을 놓더니 그제사 "교장 선생님 마음대로 하소"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을 들켜 얼굴이 붉어집니다. 나무의 속살을 손맛으로 훔칠 수 있다던 자부심이 한없이 왜소해집니다. 나무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대저 온 생명이 함께 사는 한옥 짓기를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자성을 꿰뚫지 못한 공허한 염불이 귓전을 맴돕니다.
지금도 작은 몸짓으로 반 동강 난 미루나무를 보노라면 가슴 한 편으로 잘린 상처에 황토를 덮어 주지 못한 미안함이 시리게 다가옵니다.
뚝딱, 뚜둑딱, 더덩덩….
여전히 남산 자락에 새벽을 여는 망치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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